편지는 봉인되어 있지 않았다.
마리가 가져온 것이었다. 서쪽 별궁에서 온 것이라고 했고, 누가 보낸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. 리에트는 묻지 않았다. 봉투에 이름이 없었고, 이름이 없는 편지는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법이었다.
그녀는 편지를 읽었다. 한 번 읽었고, 두 번 읽지 않았다. 두 번 읽으면 외우게 될 것이고, 외운 것은 태울 수 없었다.
「폐하.」
마리가 불렀다. 황후궁에서 그녀를 폐하라고 부르는 사람은 마리뿐이었다. 다른 시녀들은 마마라고 불렀다. 리에트는 고쳐 준 적이 없었다.
「촛대를 가까이.」

편지 끝에 불이 붙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. 종이가 두꺼웠다. 황실 문서용 종이였다. 서쪽 별궁에는 이런 종이가 없었다. 리에트는 그 사실을 알아차렸고, 알아차린 것을 얼굴에 내지 않았다. 마리는 촛대를 들고 있었고, 마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.
「태우지 않으면 읽게 될 테니까.」
누가 읽게 된다는 것인지 리에트는 말하지 않았다. 재가 접시에 떨어졌다. 마리가 접시를 들고 나갔다. 문이 닫혔다.
그날 밤 카이엔은 황후궁에 오지 않았다. 온 적이 없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. 다만 서재의 불은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고, 그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었다.
12화입니다. 편지 내용은 안 나옵니다. 지금은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