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혼 서류는 황후가 먼저 내밀었다.
카이엔은 서류를 받지 않았다. 받지 않았을 뿐, 물리지도 않았다. 탁자 위에 놓인 종이 석 장은 그날 저녁까지 그 자리에 있었고, 시녀장은 치워도 되는지 세 번 물었다가 세 번 다 대답을 듣지 못했다.
「폐하께서 읽어 보시면 아실 겁니다. 조건은 세 가지뿐이고, 셋 다 황실에 손해가 가는 내용은 아닙니다.」
리에트는 서 있었다. 앉으라는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, 앉으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였다. 이 이야기는 짧아야 했다. 이유를 묻지 않기를 바랐고, 이유를 물으면 대답할 준비도 되어 있었다. 준비된 대답은 전부 사실이었고, 전부 그를 상하게 할 것이었다.
「이유는.」
카이엔이 물었다. 리에트는 준비한 대답 중 가장 짧은 것을 골랐다.
「폐하께서 더 잘 아십니다.」
그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. 첫 장 맨 위에 황후의 서명이 이미 들어가 있었다. 잉크가 마른 지 오래된 글씨였다. 오늘 아침에 쓴 것이 아니었다.
첫 화입니다. 이 작품은 이혼으로 시작해서 이혼으로 끝날 예정입니다. 중간에 무슨 일이 있어도요. 화·금 자정에 뵙겠습니다.